Issue 176, May 2021
상상의 진화론이 낳은 이동하는 조각
Australia
Patricia Piccinini
Skywhales
3.7-8.1 캔버라, 호주국립미술관
이 기괴한 형상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2013년으로 돌아가야 한다. 그러니까 우여곡절 끝에 호주의 수도가 된 캔버라가 도시로 탄생한 지 1세기를 맞이한 바로 그 해 말이다. 캔버라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ACT(Australian Capital Territory) 주(州) 정부가 주관한 그 많은 행사 중에서 캔버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했던 이벤트는 과연 무엇일까? 현재 호주국립미술관(National Gallery of Australia, 이하 NGA)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그 답을 알려준다. 먼저 2013년에 하늘을 날아다니던 고래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. ‘스카이웨일(Skywhale)’이라 불리는 이 고래는 표면적으로는 열기구다. 길이 34m, 무게 500kg, 사용된 천 3.5km, 바느질 330만 번, 제작 인원 16명, 제작 기간 총 7개월. 수치만으로도 유추할 수 있듯이 보통 열기구보다 두 배 이상이나 큰 규모를 자랑한다. 이 열기구가 아직까지도 캔버란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건 아마도 우리가 알고 있는 고래와는 상당히 다른 기상천외한 외형 때문일 것이다. 여러 개의 거대한 가슴을 날개 삼아 캔버라 상공을 날아다니며 많은 이들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안겨준 스카이웨일은 그 명성에 힘입어 태즈메이니아의 모나 미술관(Museum of Old and New Art)과 멜버른의 호주현대미술센터(Australian Centre for Contemporary Art)에서도 소개되었다. 그리고 8년이 지난 지금, 스카이웨일은 어엿한 가족이 되어 돌아왔다.
● 김남은 호주통신원 ● 이미지 National Gallery of Australia 제공
'Skywhalepapa' 2020 and 'Skywhale' 2013 National Gallery of Australia, Canberra © the artist